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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문-한거십팔곡] 배경과 문학적 의미, 자연속 자아 성찰, 은둔의 철학

by hansan671 2025. 4. 18.

조선 후기의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문인이자 학자인 권호문은 벼슬의 길을 포기하고 자연 속에서 자아를 찾고자 했던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작 한거십팔곡은 은둔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고찰한 시집으로, 오늘날의 청년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본 글은 문학을 사랑하는 청년들을 위해 한거십팔곡을 시대적 배경, 자연관, 유교적 철학의 세 측면에서 분석하고,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를 안내합니다.

대나무


1.한거십팔곡의 시대적 배경과 문학적 의미

권호문(1711~1771)은 조선 후기 남인 계열의 문신이자 유학자였습니다. 그는 한때 관직에 올랐으나 정치적 분쟁과 당파 싸움에 환멸을 느끼고 벼슬을 버렸습니다. 당시 조선은 숙종 이후 영조, 정조로 이어지는 시기로, 붕당 정치와 환국이 반복되던 매우 불안한 시대였습니다. 남인은 오랜 기간 정권에서 소외되었고, 권호문 또한 정치적 한계와 시대적 회의감 속에서 삶의 방향을 전환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배경은 한거십팔곡에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시인은 세속의 부조리에서 벗어나 산천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도를 닦고자 합니다. 그는 단순한 은둔이 아니라, 유교의 수기치인 사상을 내면적으로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한거십팔곡의 많은 시구에서 “세상의 소란스러움”과 “정신적 평온함”을 대조하는 표현이 반복되며, 이는 현실 비판의 기능도 수행합니다.

문학적으로 볼 때, 한거십팔곡은 연작시의 형태를 갖춘 보기 드문 한시집으로,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수준 높은 고전 문학입니다. 열여덟 수는 각각 독립적이지만,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어 일종의 서사 구조를 형성합니다. 또한 권호문은 고답적 수사보다는 소박한 언어와 서정적 어조를 사용하여 진정성을 높였습니다. 이처럼 한거십팔곡은 개인의 삶과 사상, 그리고 시대의 철학이 결합된 고전 문학의 정수로 평가받습니다.


2.자연 속에서의 자아 성찰

권호문은 자연을 피난처로 선택했지만, 단지 몸을 숨긴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으로서의 자연 속 삶을 살았습니다. 한거십팔곡의 시편들에서 그는 물소리, 바람결, 대나무, 이슬방울 하나하나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합니다. 문학청년들이 이 시집을 접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러한 자연 묘사를 통한 철학적 사유입니다.

한 시에서는 “고요한 밤, 대숲 사이로 부는 바람이 마음을 씻어낸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구절은 단지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세속에서 받은 상처와 번민을 자연이 어루만지는 장면이기도 하며, 동시에 자연이 인간을 치유하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 다른 시에서는 “아침 안개 속에서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통해 자유와 해방의 이미지를 구현합니다.

자연은 권호문에게 있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유의 동반자이자 스승입니다. 그는 매일같이 산을 오르고, 계곡에 앉아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문학청년들이 이 시를 통해 느껴야 할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거십팔곡은 현대적인 감성으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으며, 사색을 즐기는 청년들에게 깊은 만족을 줄 것입니다.

또한, 자연을 통해 표현되는 권호문의 감정은 매우 절제되어 있습니다. 기쁨이나 슬픔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레 드러나는 정서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이는 현대 시의 감상 방식과는 다른 점이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문학청년들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한거십팔곡은 자연을 통한 자아 성찰의 여정을 담은 시집으로, 현대인이 자연과 멀어진 오늘날 더욱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


3.유교적 가치관과 은둔의 철학

한거십팔곡의 핵심은 자연 예찬이 아니라 ‘도덕적 완성’입니다. 권호문은 유교 사상의 중심인 수기를 위해 은둔을 택했으며, 이는 단지 현실을 피한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군자의 길을 자연 속에서 실현하고자 했고, 이를 시를 통해 구체화했습니다.

시집 곳곳에는 유교적 덕목들이 반복적으로 언급됩니다. 경, 의, 인, 예 등의 개념이 자연 속 삶과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권호문은 “밭을 갈며 사서삼경을 읊고, 물을 긷다 손자병법을 익힌다”고 표현하며, 일상 속에서 학문과 도덕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문학청년들에게 고전 속 유교가 추상적 이론이 아닌 삶 속 실천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또한 그는 자주 ‘선비의 자세’를 강조합니다. 시 속에는 “세상의 이익과 명예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거나, “도를 따르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는 구절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단지 도덕적 충고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한 진리입니다. 그는 실제로 삶 전체를 유교적 가르침대로 실천했으며, 이 점에서 한거십팔곡은 살아 있는 유학 텍스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문학청년들이 이 시집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사색하는 삶’입니다. 빠르게 소비되고 가볍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권호문은 느리게 걷고, 묵묵히 책을 읽으며,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다듬었습니다. 그의 은둔은 결코 수동적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현대인의 삶에도 필요한 사유적 태도였습니다. 한거십팔곡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문학과 철학, 사상이 어우러진 실천의 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한거십팔곡은 조선 후기의 혼란을 겪은 한 지식인이 자연 속에서 자아를 찾고, 유교적 가치를 실천하며, 인간 존재를 성찰한 시집입니다. 문학청년들이 이 작품을 통해 고전 문학의 미학과 깊이를 느끼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느림의 미학, 사색의 힘, 그리고 진정한 삶의 태도를 배우고자 한다면, 한거십팔곡은 최고의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