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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하여가] 이방원의 의도, 시어 해석과 구성, 시조 감상법

by hansan671 2025. 4. 13.

'하여가'는 조선 건국을 이끈 이방원이 지은 대표적인 시조로, 고려의 충신 정몽주의 '단심가'에 대응하는 작품입니다. 짧은 형식 안에 정치적 메시지와 개인적 감정을 함께 담고 있어, 한국 문학사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중·고등학생이 국어 시간에 처음 접하게 되는 고전 시가 중 하나로, 문학 감상뿐 아니라 역사적 배경을 함께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하여가'의 창작 배경과 시어 해석,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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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조의 배경과 이방원의 의도

이방원은 조선의 제3대 왕 태종으로, 조선의 건국과 안정화에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하여가’를 지은 시점은 아직 조선이 완전히 정립되기 전, 권력 다툼과 정치적 갈등이 심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고려 말,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이성계와 그 일파들은 보수적인 구세력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었고, 정몽주는 그 구세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정몽주는 고려에 대한 충절로 유명한 유학자로, 이방원은 그를 포섭하여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정몽주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에 이방원은 정몽주를 향해 ‘하여가’를 짓습니다. 이 시조는 단순한 시적 표현이 아니라, 강력한 정치적 선언이며 동시에 인간적인 감정의 흔적을 담고 있는 텍스트입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시작 구절은 마치 담담한 어조 같지만, 실제로는 당시의 정치 현실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했던 이방원의 리더십이 반영된 표현입니다. 단순히 조건이나 체제보다 ‘뜻이 같은 사람’, 즉 공동의 비전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이방원은 시조의 마지막 구절에서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리라”고 말하며, 새로운 동지들과 함께 긴 세월 동안 조선이라는 국가를 함께 이끌어가고 싶다는 희망을 표현합니다. 이 시조는 정치와 문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학생들이 시조를 학문적으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2.시어 해석과 구성 이해하기

'하여가'는 짧은 세 구절로 구성된 시조 형식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매우 풍부합니다. 시어 하나하나에 이방원의 정치적, 감성적 메시지가 농축되어 있어, 이를 꼼꼼히 해석하는 과정은 문학적 사고력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각 구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 구절은 고등학생에게는 체념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융통성과 현실주의적 태도를 상징합니다. 이방원은 이상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을 드러냅니다. 고려의 왕족이나 제도에 연연하기보다, 진정한 공동의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새 질서를 세우겠다는 선언이 담겨 있습니다.
  2.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드렁칡은 산속에 얽히고설킨 넝쿨 식물로, 이방원이 상징하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은유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복잡하고 정리가 안 된 것처럼 보여도, 내면에선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특히 ‘만수산’이라는 공간적 이미지와 ‘드렁칡’이라는 자연물의 조합은, 조선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시작될 터전의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3.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리라”
    마지막 구절은 희망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감성 표현이 아닌, 공동체적 미래 구상을 담은 선언적 어조입니다. 특히 ‘백년’이라는 시간 표현은, 단순히 오래 산다는 의미보다, 나라가 안정되고 지속 가능한 체제를 갖기를 바라는 정치적 염원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처럼 시조의 각 구절은 시대적 배경과 정치 상황을 깊이 이해할수록 더욱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이 시를 단순히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징과 은유, 구조적 흐름까지 함께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3.교육 현장에서의 시조 감상법

고전 문학, 특히 시조는 현대 학생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문장이 간결하고 옛말이 많기 때문에 처음 접할 때는 해석조차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시조는 오히려 정형화된 구조 덕분에 익숙해지면 감상의 즐거움이 큽니다. ‘하여가’는 교육 현장에서 고전 문학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대표적 작품입니다.

첫째, 시조의 형식을 간단히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장, 중장, 종장의 구조와 3장 형식, 4음보 운율 등을 먼저 소개하면 학생들이 시조를 낯설게 느끼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작품의 전체 내용을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보게 한 후, 각 구절을 조용히 다시 읽게 하면, 시어 속에 숨어 있는 감정과 의미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비교 분석을 통한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예컨대 정몽주의 '단심가'와 나란히 비교하면, 두 인물의 가치관과 정치 철학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단심가’는 일편단심 충절의 노래인 반면, ‘하여가’는 공동체적 실용주의가 강조됩니다. 학생들은 두 작품을 통해 조선 건국 당시의 다양한 인물상과 가치관의 충돌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셋째, 체험형 활동을 통해 시조 감상의 재미를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짧은 낭송극을 구성해 역할극을 하거나, 각자의 감정을 담아 시조를 개사해보는 활동은 문학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들 어떠하리'의 형식을 활용해 자신의 고민이나 의견을 담아 표현하게 하면 창의성과 감수성도 함께 향상됩니다.

넷째, 문학 외적인 연계 학습도 유익합니다. 역사 수업과 연계해 이방원과 정몽주의 실제 역사적 관계를 설명하고, 각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살펴보면, 시조에 담긴 감정과 맥락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융합형 수업은 고전 문학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연결되는 살아있는 학습 소재임을 알려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결론

‘하여가’는 단순한 문학 작품이 아닌, 한 시대의 역사와 사상을 담은 시조입니다. 이방원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리더십과 현실 인식, 정치적 이상이 모두 집약된 이 시는 오늘날의 학생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단지 암기나 해석에 머물지 않고, 작품을 통해 시대를 이해하고, 문학의 힘을 느끼며,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하여가'는 고전 문학의 문턱을 낮추고, 학생들에게 깊은 사유와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