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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승무] 문학 세계, 의미와 감동, 시적 울림

by hansan671 2025. 3. 20.

조지훈의 ‘승무’는 한국 전통의 미적 감각과 불교적 세계관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서정시이다. 승려가 추는 승무(僧舞)의 아름다움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단순한 춤의 묘사를 넘어 인간의 내면과 초월의 경지를 탐구한다. 이 글에서는 조지훈 시인의 문학적 특징과 함께, ‘승무’가 전하는 의미와 감동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본다.

문학


1. 조지훈과 그의 문학 세계

1) 조지훈 시인의 생애와 문학 활동

조지훈은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으로, 전통적 서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 1920년 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민족적 정체성과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평생 동안 민족적 정서를 담은 시를 써왔으며, 특히 불교적인 색채와 전통미를 가미한 작품들이 많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승무’, ‘봉황수’, ‘낙화’ 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은 한국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2) 조지훈 시 세계의 특징

조지훈의 시 세계는 다음과 같은 주요 특징을 지닌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의 시는 전통적인 정서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미학을 형성한다.

한국적인 서정미: 자연과 인간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전통적인 미의식을 강조한다.

불교적 철학과 초월적 시선: 삶과 죽음, 속세와 초월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이 많다.

 

이러한 특징은 ‘승무’에서도 강하게 나타나며,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2. ‘승무’의 의미와 감동

‘승무’ 전문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홀한 황홀한 태양이
서리서리 내려와 부서질 때,
휘어진 허리 가냘픈 손이
어느 틈에 내 가슴을 서늘케 하여,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장한 날래한 얇은 발이
늬리리 늬리리야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이 시는 승무라는 전통적인 불교 의식을 묘사하면서, 단순한 춤의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 존재의 심오한 의미를 탐색한다.

1) 전통적인 미의식과 상징성

시의 첫 연에서 등장하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불교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이는 승려들이 쓰는 고깔로, 속세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동시에 신성한 존재로의 변화를 암시한다. 그러나 이 고깔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시적 화자가 바라보는 아름다움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표현은 한 마리 나비처럼 가볍고 우아한 춤의 움직임을 암시하며, 승무의 유려한 흐름을 형상화하고 있다.

2) 승무의 몸짓과 감정의 교차

두 번째 연에서 시인은 승려의 외형을 묘사하며, 그의 존재가 단순한 수행자가 아니라 예술적 경지를 표현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와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라는 표현은 승려의 신성함과 속세로부터의 단절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 감춰진 인간적인 정서를 암시한다.

또한,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라는 구절에서는, 춤을 추는 승려의 얼굴에서 빛이 흐르지만, 그 아름다움이 오히려 서러움을 자아낸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춤과 감정, 수행과 속세의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담아내는 대목이다.

3) 초월적 세계로의 도약

세 번째 연에서는 승무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분위기를 묘사한다. “빈 대에 황홀한 황홀한 태양이 서리서리 내려와 부서질 때”라는 구절은 승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마치 춤이 인간과 신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늬리리 늬리리야”라는 구절은 춤의 리듬을 강조하며, 춤을 추는 승려의 움직임이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신비로운 의식으로서의 승무를 묘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조지훈의 ‘승무’가 주는 감동

조지훈의 ‘승무’는 단순한 춤의 묘사를 넘어서, 인간과 예술, 그리고 초월적인 세계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준다.

1) 예술로 승화된 불교적 사유

이 시에서 승무는 단순한 무용이 아니라, 불교적 수행과 연결된 신성한 행위로 묘사된다. 승려의 춤사위는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공간을 형성하는 예술적 행위가 된다.

2) 속세와 초월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

승려의 춤은 속세를 떠난 존재로서의 수행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그의 몸짓 속에는 인간적인 감정이 서려 있다. 이중적인 감정은 시에서 서정적으로 표현되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3) 한국적 미학의 집약체

‘승무’는 한국 전통 미학을 대표하는 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한복의 아름다움, 불교적 수행, 그리고 한국적인 서정미가 모두 결합된 작품으로, 조지훈 특유의 정제된 언어와 율동적인 운율이 돋보인다.


결론: ‘승무’가 전하는 시적 울림

조지훈의 ‘승무’는 단순한 춤의 묘사를 넘어, 인간 존재의 내면과 초월적 세계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한국 전통 미학과 불교적 철학이 어우러진 걸작으로, 예술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담아내는 깊은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시를 통해 춤이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감정과 철학이 담긴 하나의 예술적 표현임을 깨닫게 된다. 조지훈의 ‘승무’는 한국 문학사에서 빛나는 작품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시이다.